충격적인 사건을 목격하고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생긴 불면증입니다. 이 환자는 원래는 잘 자는 분이었습니다. 5년 전 맞은 편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하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하면서 큰 충격을 받고 이후로 잠을 전혀 못 자게 되었습니다. 자려고 누우면 밤새도록 잠이 안 오고 가수면 상태로 1시간도 못 자는 것 같다고 호소했습니다. 잠을 자기 위해 안 해본 노력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 분의 불면은 유발형 불면입니다. 원래는 잘 잤는데, 어떤 충격적인 사건 이후 잠을 못 자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와는 달리 원래도 수면이 예민하고 불면 경향이었던 분들이 더 못 자게 된 경우는 증악형 불면이라고 합니다. 두 유형의 불면은 한약 치료에 있어서도 접근 방향이 달라지게 됩니다.
이 분의 신체증상으로는 감기에 걸리면 주로 목감기에 걸리고, 자주 어지럽고, 달리는 차 안에서 책을 보거나, 기차 역방향을 타면 유독 눈이 어지럽고 피곤하다고도 했습니다. 가슴이 자주 두근거리고, 잠을 못 자면 더욱 두근거리고 불안해졌습니다. 소화나 대변에는 큰 문제가 없었고, 자다가 3-4번 깨서 소변을 보러 갔습니다. 성격은 인내력이 강하고 감정을 잘 표출하지 않는 분이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안으로 삭히는 유형’이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정보는 내 몸에 맞는 한약 처방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단서의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분도 이러한 제반 증상과 성향, 감정까지도 고려한, 내 몸에 가장 적합도가 높은 맞춤 처방을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15일치를 복용하면서 수면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잠도 금방 들게 되고 중간에 깨긴 해도 서너 시간은 푹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달 정도 복용하고 7시간 정도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자고 싶기도 하지만 이 정도만 자도 살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본인 의사에 따라 일단 폐약하고 잘 지내보기로 하셨다가, 이후 다시 연락이 와서 한 달 정도 추가 복용하고 치료를 종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