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교수의 난치병 한약치료 이야기 ‘몽유병’

2022-04-12 | 몽유병

노의준 경희한의대 겸임교수, 난치병한약치료전문 할아버지한의원장

이번 달에는 몽유병의 한약치료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우리의 잠은 잠의 상태, 시기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눠집니다. 크게는 잘 때 눈이 빠르게 마구 움직이는 램수면과 눈이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 비램수면으로 나뉩니다. 눈이 빨리 움직이는 램수면은 꿈을 꾸면서 자는 수면으로, 심박동과 호흡이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특성을 가집니다. 실제로 램수면에서 깨어나게 되면 약 80%에서 생생한 꿈을 기억합니다. 잠든 지 90분 정도가 지나면 최초의 램수면이 나타나며 이후 약 90분마다 비램수면과 교대로 나타나게 됩니다. 비램수면은 다시 수면의 깊이에 따라 1단계부터 4단계로 분류됩니다. 수면은 1~2 단계에서부터 3~4단계를 거쳐 램수면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이 하룻밤 동안 3~5회 반복됩니다.

원인

몽유병의 원인은 우리 몸의 뇌 신경계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어 비램수면과 램수면 상태가 교란되어 생긴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일정 단계를 거치는 일반적인 수면 양상에 비해 몽유병 증상이 발현되는 수면에서는 중추신경계가 모든 수면 주기 동안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몽유병으로 인해 경험하는 수면 중 행동들은 잠에서 깬 뒤에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몽유병은 수면 시간 전반 1/3에서 주로 나타나며 수면 단계 중 비램수면 4단계에서 증상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환자들은 일어나서 배회하거나 옷을 입고, 화장실에 가며, 말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운전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눈은 크게 뜨고 있으나 초점이 흐릿하고 주위 자극에 대해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 몸의 잠을 조절하는 중추는 뇌의 망상체라는 곳입니다. 우리가 잠을 자고 깨어나는 수면주기의 조절도 잠을 잘 때 램수면과 비램수면의 조절도 이 망상체라는 곳에서 조절되는 것이지요. 몽유병은 이 망상체의 수면조절기능이 교란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방에는 이 망상체의 수면조절기능을 정상화시켜 불면증, 기면증(잠을 너무 많이 자는 병), 몽유병 등을 치료하는 효능을 가진 좋은 처방들이 많이 있습니다.

치료 사례

J** 11세 남 경기도 과천시 거주

건실한 체격의 남자아이입니다. 몽유병은 1년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처음에는 매일 밤마다 깨어나 30분정도 집안을 돌아다니고 두서 없는 이야기를 하고 화장실에도 가고 그러다가 다시 잠에 들었습니다. 요즈음은 일주일에 3~5회 가량 정도 몽유증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몽유증상은 피곤한 날, 운동을 심하게 한날, 서늘하게 자면 심해진다고 합니다. 처음 몽유병이 시작되었을 당시 원인이 될 만한 상황을 추적해보니, 그 당시 처음으로 학급반장을 맡게 됐다고 합니다. 아이는 원체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의 아이인데 반장을 맡게 되면서 큰 스트레스와 중압감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하루는 일기장에 반장을 맡은 것을 후회하고 앞으로 다시는 이 힘든 반장을 맡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 아이의 몽유병은 반장을 맡게 되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망상체 수면조절기능에 영향을 주어 발생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한방에는 이처럼 평소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의 아이가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발생한 몽유병을 치료하는 특화된 한약처방이 있습니다. 이는 몽유병뿐만 아니라 야제, 소아야뇨, 불면증, 기면증, 불안장애 등에도 좋은 효과를 보입니다.

한 달 치 한약을 먹고 아이의 몽유증상은 거의 소실됐습니다. 두 달째에는 깊이 숙면을 취하게 됐고 겁이 많던 성격도 조금 더 담대해지고 활달해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몽유증상은 완전히 소실됐습니다. 심신의 안정을 위해 세 달까지 같은 한약처방을 쓰고 투약을 종료했습니다.

출처 : http://it.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4/16/201504168504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