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우울증, 불면증을 치료한 사례

2022-04-8 | 우울증, 용골·모려 유형

4년 전 가족에게 돈을 빌려주었는데 받지 못하게 되면서 정신적 충격으로 우울증이 발병한 할머니 환자분이었습니다. 실어증에 가까울 정도로 전혀 말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와 두 분이 생활하셨는데 온종일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진료실에서도 할아버지가 대신 증상을 설명했습니다. 할머니는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질문에 대답하지도 않았고 반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웃는 일도 없고 희노애락의 감정 자체가 사라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억지로 말을 시키면 말할 기운이 없다고 하며 매사 피곤해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고 했습니다. 피곤한데도 불구, 잠은 들지 못하는 불면증도 비슷한 시기에 생겼습니다. 자려고 누워도 눈만 감은 상태로 잠은 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원래는 잘 자는 편이었다고 합니다. 

이 분의 우울증도 정신과질환이기 때문에 성향/감정/수면/대변상태를 주요 단서로 삼아 접근하게 됩니다. 이 분도 매우 내성적이고 과묵하고 침울한 성격으로 음(陰)적 성향에 해당하고 감정은 우울함 외에 별다른 것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수면은 원래 잘 자다가 정신적 충격 이후 생긴 불면이기 때문에 유발형 불면으로 보고 접근합니다. 대변은 변비 경향이었습니다.

두 번째 처방을 20일치 복용하고 우울감이 10→6,7 정도로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말이 없었던 것도 좋아져서 재진시에는 할아버지 대신 본인이 직접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집에서도 할아버지와 제법 많은 말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가끔 웃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불면도 10→3,4 정도로 매우 좋아졌습니다. 이제는 누우면 금방 잠이 오고, 깨지 않고 5시간 정도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같은 처방을 30일치 추가 복용하고 우울감은 우울감 10→1,2 정도로 매우 호전되었습니다. 표정이 밝아지고 웃음과 말수도 많아졌습니다. 불면은 거의 소실되어 TV를 보면서도 졸고 잘 자게 되었습니다. 장시간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배변도 1-2일에 1회 정도로 원활해졌습니다. 이처럼 대개의 우울증은 우울, 불안, 무기력 등의 감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이처럼 감정이 둔마되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양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또한 한약치료로 좋은 반응을 보였던 사례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