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증 + 관절질환까지 정인적방으로 치료된 사례

2022-04-8 | 우울증, 정인적방 유형

환자는 IMF 이후 사업체 부도로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아왔습니다. 현재 가족과 헤어져 홀로 지내며 막노동으로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형편입니다. 

환자는 사업체 부도 이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뒤, 가슴이 두근거리며 빠르게 뛰고 답답해지고 불안, 초조해졌다고 합니다. 특히 밤이 되면 두려움이 엄습한다고 합니다. 정신과에서 우울증, 불안장애로 진단, 수년 전부터 신경 안정제,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었습니다. 안정제를 먹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고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전혀 잠을 못 잔다고 합니다.

이 환자는 추위를 많이 타고 손발이 찹니다. 특히 오른쪽 다리가 아프고 매우 차고 시리다고 했습니다. 환자가 추위를 타고 손발이 차면 대개 계지, 오수유 등의 약재를 씁니다. 이 환자는 오수유를 써야 할 환자였습니다. 

환자분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육체적 과로로 인해 우울증 외에도 요추디스크, 퇴행성 슬관절염, 오십견 등 많은 질환들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요추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으로 인한 허리, 다리의 통증이었습니다.

환자는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죽을 듯이 아프다(VAS 7 이상)’라고 표현했습니다. 요추디스크의 경우 20년 전 1987년 1차 수술을 했었고 2011년 재발해 2차 수술을 했는데 한 달 전 노동을 하다가 다시 재발하게 되었습니다. 병원 진단 상 L3, L5 디스크가 탈출, 병원에서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경제적으로 어려워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내원 당시 환자는 우측 허리부터 다리까지 쑤시고 아프고 차고 시린 증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우측 다리 살이 빠져 매우 가늘어져 있었고 힘이 없다고 했습니다.

난치병의 한약 치료원리 중에는 ‘연관변증(associated symptom)’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A, B 두 가지 질병을 동시에 앓고 있는 환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환자는 A를 치료 받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한약을 투여 했더니 A가 치료될 뿐만 아니라 B도 같이 치료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난치병 한약치료의 임상에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때 질병 A, B는 하나의 한약 처방으로 동시에 치료되므로, 단순히 동반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관되어 있다해 필자는 이를 ’연관병증‘이라고 부릅니다.

이 환자의 경우 우울증, 불안장애라는 정신신경질환과 요추디스크, 퇴행성 슬관절염,  오십견 등의 관절질환이 동반되어 있었습니다. 필자는 이 환자의 우울증, 관절질환 두 가지 질병이 단순히 동반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연관되어 있다고 진단하였습니다. 하나의 한약 처방으로 두 가지 질병은 동시에 치료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대개 신경정신과질환은 비교적 복잡하고 어려운 질병이고 이에 비해 관절질환은 비교적 간단하고 쉬운 질병입니다.

연관된 두 가지 병증을 진단할 때 어려운 질병을 진단하지 않고 쉬운 질병을 진단해 적합한 처방을 내는 요령입니다. 이것이 난치병 한약치료에서 연관병증을 이용한 치료원리입니다.

환자는 근 일 년 간 한약을 복용하였습니다. 우울증, 불안장애와 불면증은 복용 기간이 6개월이 경과하는 시점에서 소실되었습니다. 관절질환 역시 매우 호전되었습니다. 이와 같이 생활에서의 악화요인이 제거되고 완화요인이 제공되어, 몸이 총체적으로 고양되어야만 병도 궁극적으로 치료될 수 있다는 원리는 한약치료의 특징이자 한계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