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불면증으로 정신과 양약을 장복하다가 한약으로 치료된 사례

2022-04-8 | 우울증, 향시·치자 유형

결혼 후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우울증이 생긴 경우입니다.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계속 직장을 다닐 수 있을지 등 걱정이 점점 많아지면서 우울증이 생겼습니다. 초조, 불안과 함께 불면도 생겼습니다. 밤에는 수면제를 먹어야 잘 수 있었습니다.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고 불안해서 거실을 몇 번씩 거닐고는 했습니다. 가슴 답답한 증상도 심해서 한 번씩 통증까지 느껴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지럽고 매사 무기력하고 피곤하다고 호소했습니다. 식욕 및 의욕도 감퇴하고 식은땀이 자주 나면서 체중이 5kg나 감소했습니다. 병원에서 반응성 우울증으로 진단받고 우울증 약을 하루 3회 복용하는 상황에서 본원에 내원했습니다. 

환자분은 중등도 이상 체형에, 성격은 내성적이고 과묵하며 고민이 있어도 혼자 속으로 삭히고, 사상체질 분류로는 태음인에 해당하는 분이었습니다. 감정은 우울, 불안이 두드러지게 읽혀졌습니다. 진료 중에도 본인의 증상에 대해 물어보면 동행한 부인 분이 주로 대답했습니다. 

정신과질환의 한의학적 접근에서는 성향/감정/수면/대변상태를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이 분은 내성적인 성격을 뜻하는 음(陰)적 성향에 해당하며 감정으로는 불안, 우울이 읽히고 외부자극에 의한 입면장애형 불면(잠이 쉽게 들지 못하는 수면장애)과 함께 약간의 변비경향이었습니다. 이러한 단서는 처방을 내리는 데 있어서 참고하는 길잡이 역할을 해줍니다. 이 분의 처방도 이러한 절차를 거쳐서 찾아나갔습니다. 가끔 환자분들 중에서는 ‘정신과질환을 고치기 위해 내원했는데, 왜 소화상태, 대변상태 이런 걸 물어보나요?’라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제 이해가 되셨나요?^^

첫 15일치를 복용하면서 우선 불면이 매우 호전되었습니다. 한약을 복용하면 바로 잠이 온다, 잠을 너무 잘 자게 되어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잠을 잘 자게 되니 아침 기상시 피로, 무기력, 어지럼증도 소실되었습니다. 우울증 약도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침 약은 먹지 않고 저녁 약도 절반만 복용하면서 다음 달부터는 아예 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식욕도 다시 생겼습니다. 

복약 두 달 만에 우울증 약을 완전히 끊고도 심리적으로 많이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우울감, 불안감이 전처럼 크게 느껴지지 않고 잠도 잘 자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잘 못 일어날 정도로 깊은 숙면을 취하게 되었으며 간혹 중간에 잠이 깰 때도 있었지만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고도 다시 잠들 수 있었습니다. 가슴 답답함과 흉통도 거의 소실되고 입맛이 좋아져 식사를 다시 잘 하게 되면서 체중도 회복되고 변비도 개선되어 1일 1회 정상적으로 잘 보게 되었습니다.

이 분은 정신과질환이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원하였고, 의사가 적절한 처방을 찾아주고 환자는 치료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복용하였고, 가족 및 주위 사람들의 지지와 협조가 있는 등 여러 가지 좋은 예후의 조건을 충족해서 비교적 단기간에 반응성 우울증이 치료된 좋은 사례였습니다. 이처럼 한약 치료는 정신과질환의 치료에서 좋은 예후를 보일 때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