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떠나보낸 후 생긴 화병 · 눈물흘림 · 불면 치료사례

2022-04-8 | 화병

한 중년 부인이 70세 노모를 모시고 본원에 내원하였습니다. 할머님의 병증은 매우 특이한 것이었는데, 밤에 잠을 잘 때 빼고 눈을 뜨고 생활하는 동안에는 양쪽 눈에서 하루 종일 눈물이 쉬지 않고 흘러내린다는 것이었습니다. 눈물이 가장 적게 흘러내릴 때는 눈물이 눈에 그렁그렁 맺혀있는 정도긴 해도 많은 양이든 적은 양이든 하루 중 눈을 뜨고 있는 동안에는 항시 눈물이 흘러내린다고 했습니다.

할머님의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한 것은 5년 전,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사고로 잃은 뒤부터였습니다, 할머님의 정신적 충격 비탄은 형용할 수 없는 것이었고, 이후 할머님의 눈에서는 눈물이 그치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치료를 위해 여러 안과를 다녀봤지만, 의사들마다 특이한 경우이며 치료가 어려운 병증이라고만 하고 별다른 치료를 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할머님은 젊어서부터 시집살이, 남편과의 불화 등으로 소위 화병이라 불리는 가슴앓이를 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곧잘 슬픔과 비탄에 빠져 혼자 울었고, 그때부터 심한 불면증에 시달려왔습니다. 아들을 잃고 난 뒤로는 가슴앓이가 심해져 가슴이 터질 듯 답답하고 때로 부서질 듯 아파오고 때로 열불이 치밀어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어쩔 줄 몰랐습니다. 마음이 늘 슬프고 울고만 싶고 남은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져 그냥 이대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의 가부장적 권위적 환경에서 오랫동안 억압받고 짓눌린 여성의 가슴앓이, 불면, 심리적 비탄 등은 화병을 구성하는 주요 병증요건입니다. 이 할머님의 눈물 역시 화병으로부터 비롯되어 아들을 잃은 정신적 충격으로 유발 악화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한약에는 화병으로 인한 가슴의 응어리를 풀고 비탄에 잠긴 마음을 완화해줄 수 있는 뛰어난 약재들이 많이 있습니다. 필자는 이 할머님에게 화병을 치료하는 한약을 처방에 투여했습니다. 복약 열흘 만에 눈물이 멈춰 더 이상 흘러내리지 않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한약을 먹으면 지난 세월 동안 가슴에 맺혔던 응어리가 눈처럼 녹아내리는 느낌이 들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더라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님은 동일한 처방을 수개월 연복해 불면증을 치료하고 깊은 잠을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