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이후 발생한 불안장애 · 공황장애 치료사례

2022-04-8 | 불안장애

환자는 50대 주부로 작년부터 병원에서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진단을 받고 안정제를 복용 중인 상태로 내원했습니다. 주증상은 불안장애, 공황장애로 인한 불안, 심계항진, 흉부열감, 숨참 등이었습니다. 심계항진(가슴두근거림)은 원래도 있었는데 작년부터 악화되어 점차 빈도/정도/지속시간이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2-3번 발생하여 2-3시간 정도 지속되고는 했습니다. 

아무 걱정거리가 없어도 불안감이 엄습해서 죽을 것처럼 불안해지고 어쩔 줄 몰라 안절부절하게 되었습니다.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숨이 많이 차고 이때는 불안, 긴장, 예민 등의 감정이 더 심해지고 숨이 차고 가슴에 화끈거리는 느낌이 동반되기도 했습니다. 이때는 머리가 멍해지고 팔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매우 피로해졌습니다. 평소에 스트레스가 많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상이 한층 악화되었습니다.

불면 또한 원래도 있었지만 한 달 전부터 심해져서 수면유도제를 복용하면 몽유병처럼 배회하고 음식도 먹는 증상이 생겼는데 다음 날 전혀 기억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 분은 체형은 수척하고 안색도 창백했으나 성격은 매우 급하고 감정을 표출하고 기세와 강단, 날카로움이 느껴지는 분이었습니다. 말도 매우 빠르고 딱딱 끊어서 말했으며 주된 감정으로는 불안, 긴장, 예민, 짜증 등이 읽혀졌습니다. 

정신과질환의 한의학적 접근에서는 성향/감정/수면/대변상태가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분은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을 뜻하는 양(陽)적 성향에 불안, 긴장, 예민, 짜증 등의 감정을 호소하였고 입면장애형 불면(잠이 쉽게 들지 못함)에 해당되며 대변은 대체로 정상이었습니다.

이때는 성향이 중요한 감별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陰)적 성향의 분들은 내성적이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며, 억울해도 혼자 삭히기 때문에 참고 살아서 화병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이 환자분과 같은 양(陽)적 성향의 분들은 분노를 쉽게 남들에게 표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의사에게 가까운 사람(주로 남편이나 시댁 식구들)에 대한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분노를 드러낸다는 것 자체가 양(陽)적 표현에 해당합니다. 

이 분의 성향과 감정, 신체증상을 고려한 처방을 복용하고 첫 두 달 동안 심계항진, 흉부열감, 숨참 10→5,6 정도로 반 가까이 호전되었습니다. 불면도 많이 호전되어 수면유도제 없이도 그런대로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 같은 처방을 연복하면서 마음이 많이 편해지고 가슴 두근거림도 줄어들어 일상생활에는 전혀 불편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으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재발하는 경과를 보였습니다. 이 분의 제반 증상은 스트레스라는 악화요인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완만하게 좋아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본인이 치료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고 무엇보다 정신과 양약을 끊을 수 있기를 강력하게 희망하여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과의 면담을 통해 왜 병이 생겼고 어떻게 병이 치료되는지 설명하고 악화요인이 제거되고 완화요인이 제공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습니다. 

이윽고 정신과 양약을 모두 끊고도 큰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갱년기 증상으로 호르몬제를 복용하고 있었는데 이 또한 끊어도 갱년기 상열, 땀, 불안 등의 증상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예전에는 조금만 놀라도 심계항진(두근거림)이 생겼는데 이제는 본인 의지로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치료를 종료했습니다.